- 적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어떤 기억 2012년 5월 어느 맑은 오후. 사진을 보면 대번에 기억 날 만큼 생생했던 행복감. 온전히 행복했던 기억들이 늘 나를 버티게 한다. 더보기 최선에 대한 고민 원칙을 지키면서 융통성있게 개개인의 심정과 사정을 헤아리기는 정말 불가능한 걸까? 모두의 사정을 봐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결국은 아무의 사정도 봐주지 못한다. 하지만 이게 최선일까 싶은 의문과 회의감을 떨쳐낼 수가 없다. 열번을 잘해도 한번 틀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게 사람과 사람 사이거늘. 무수히 많이 겪었으면서도 매번 마음이 무겁다. 그게 스스로를 위한 죄책감에 불과할지라도. 더보기 12월 14일 월요일 오랜만에 노력해보고 싶어졌다고 - 그 말이 진실되게 느껴졌다.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라든지 너랑은 다를 것 같다든지 하는 말들은 두렵다. 상대의 기대에 부응할 자신도 노력할 여력도 없으니까.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정한 현실 사이에서, 미칠듯이 가슴 뛰고 설레는 순간을 기대하는 대신 지친 와중에도 웃음 짓게 하는 일상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 말이 더 고마웠다. 그 노력을 충분히 느끼고 있기에 더욱. 연애를 하는 데에 얼마나 큰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지 알기에 또 더욱. 그러니까 믿어보기로 한다. 나도 노력해보기로 한다. 더보기 10월 26일 월요일 오랜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허물없이 온전한 마음으로 웃고 떠든 게 얼마만인지. 각자의 변화에 대해 부끄러운 자기 고백을 털어놓으면서, 다시 열다섯 내가 됨을 잠시나마 느꼈다. 오늘 하늘의 달이 초생이었는지 그믐이었는지, 하다못해 손톱이었는지 보름이었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나날들. 하루에 한번은 하늘을 보겠노라고 - 열일곱 지구과학 수업에 했던 다짐이 무색하다. 요즘의 나는 허물이 겹겹이라 사람들과 웃고 떠들다 하루를 보내고도 집에 오면 허전함에 폭삭 주저앉곤 했었다. 신변잡기와 드라마 얘기로 점철된 대화들에 다소 지쳐있었다. 내가 건네는 얘기들도 결국 뚜찌빠찌인 주제에. 사람들과 나 사이에 어느샌가 벽이 생긴 것 같았다. 내가 만든 벽이든 상대가 만든 벽이든. "나는 누군가의 .. 더보기 사울의 아들 사울의 아들 보았다. 오늘 종일 본, 영화제 기간 본 영화들 중 가장 강력하다. 소재의 영향이 크지만 그 표현력과 주제를 이끌어가는 힘 또한 엄청나다.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타이틀이 뜨는 순간까지, 숨을 쉬기도 어렵다. 그리고 바로 그때문에 개봉은 어렵지 않나 싶다. Is he one of yours? Even then. You don't need it. 처음의 지칭이 '그'였는지 '그것'이었는지는 명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지칭이 무슨 상관이랴 사울에게든 관객에게든. 어떤 대상 - 집착의 대상, 경외의 대상, 삶을 관통하고 지탱하는 집념과 목표는 그 자체만으로 그 존재를 증명한다. 존재함으로써 존재하게 하는 것. 엔딩 크레딧 직전 스크린을 꽉 채운 사울의 얼굴과 곧이어 있던 시선 전환의 의미는 내가 .. 더보기 8월 31일 월요일 자려는데 침대가 밝다. 어디서 온 빛인가 봤더니 달이다. 하늘을 보지 않고 사는 요즘, 꽉 찬 달이 밝아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저 달이 점차 힘을 잃다 사라지고 새롭게 차오를 즈음에도 나는 하늘을 보지 않으며 살고 있겠지. 그래 새로운 달을 반길 여유 한톨쯤은 가지며 살아야지 않겠나. 그래 자기 전 이런 다짐 몇줄 끄적일 기대 한줌쯤.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만 가득하다. 실행에 옮길 여력이 없는데도. 겨우 쑤셔넣은 것들마저도 모르게 사라지는 이 마당에. 더보기 8월 12일 수요일 오늘의 문장 "좋아하는 마음에는 무게가 있고, 무게가 있는 관계는 기쁨을 주는 만큼 상처도 줄 수 있다." 바꿔 적자면, 상처를 감내하며 서로의 무게를 견뎌내는 관계여야만이 그 이상의 무엇을 얻어낼 수 있다. 더보기 러덜리스 I will find a way to sing your song. What is lost can be replaced, What is gone is not forgotten. I wish you were here to sing along. 감상을 적기엔 너무 감상적이어져서 뭐라 적기가 어렵다. 다만, 이해와 공감이 힘을 잃은 순간에도 결국은 그에 기대 살아가야는 게 아닐까 하는 심정이었다. 감히 이해한다 말할 수 없는 많은 것들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순간들. 그 순간을 버텨내는 건 스스로의 몫일지라도 그 이후의 순간들엔 분명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 그 모든 주제넘은 말들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덧붙.. 더보기 인사이드 아웃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 유년기는 가장 오래 간직된 간식이고, 그래서 가장 효과적이기도 한 특식이다. 어릴 적의 기억은 너무나 희미해서 때론 형체없는 느낌으로만 남아있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따뜻함' 그 자체로 남아있을 수 있다. 노란색의 기쁨 그 자체로. 그러니 누구나 어릴 적이 그리울 수밖에. 방실방실 웃어대는 어린 아이에게 "그래, 지금이 좋을 때다. 지금처럼만 웃으렴" 하는 것도 그래서겠지. 하지만 그 기억들의 이면엔 좀더 다채롭고 복잡한 감정들이 있었다. 기쁨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짜증과 분노와 두려움, 슬픔. 처음 자전거를 타던 순간엔 두려움이 있었고, 처음 동생이 태어났을 땐 분명 슬픔도 있었듯이. 사랑이 마냥 따뜻한 것이 아니듯 그 어떤 추억도 마냥 따뜻할 순 없다. 하지만.. 더보기 어떤 경계 - 마크 로스코 단상 경계에 대해 생각한다. 명확히 구분지어진 선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서로의 다름에 의해 대비되어 나타나는 경계. 빨강과 초록의 사이처럼. 다름의 정도에 의해 그 경계는 희미하기도 뚜렷하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인식됨으로써 그 존재를 증명한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이 내게 준 감동은 그 경계에 있다. 우리는 그 대비를 통해 너와 나의,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의, 존재와 존재 사이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경계들을 보게 된다. 어떤 존재들은 발견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시사한다. 우리는 캔버스 위에 더불어 존재하고 있음에도, 결국 나타나는 경계로 인해 결코 서로를 완전히 감싸안을 수는 없음을. 그렇게 로스코의 그림을 뚫어지게 보고 있노라면 공간의 확장이 일어난다. 노랗고 빨간 색덩어리 안에 나라는 존재가 한없이 작아지고 .. 더보기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