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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기

10월 26일 월요일

오랜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허물없이 온전한 마음으로 웃고 떠든 게 얼마만인지. 각자의 변화에 대해 부끄러운 자기 고백을 털어놓으면서, 다시 열다섯 내가 됨을 잠시나마 느꼈다. 오늘 하늘의 달이 초생이었는지 그믐이었는지, 하다못해 손톱이었는지 보름이었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나날들. 하루에 한번은 하늘을 보겠노라고 - 열일곱 지구과학 수업에 했던 다짐이 무색하다.

요즘의 나는 허물이 겹겹이라 사람들과 웃고 떠들다 하루를 보내고도 집에 오면 허전함에 폭삭 주저앉곤 했었다. 신변잡기와 드라마 얘기로 점철된 대화들에 다소 지쳐있었다. 내가 건네는 얘기들도 결국 뚜찌빠찌인 주제에. 사람들과 나 사이에 어느샌가 벽이 생긴 것 같았다. 내가 만든 벽이든 상대가 만든 벽이든.

"나는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갑자기 마음에 콱 박힐 때가 있어. 그러고 나면 그 사람이 부끄러워져. 매일 듣던 그 소리가 갑자기 콱 하고 계속 귀에 밟혀서"

은지의 말이 내 마음에도 내내 콱 박힌다. 언젠가 내 마음에도 그렇게 콱 하던 순간이 있었겠지. 내게는 그게 웃음소리 아닌 다른 무엇이더라도.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보고싶다 징징대고 싶은 밤이었다. 보고싶어, 보고싶었어, 사랑해, 내가 많이 사랑해 -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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