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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나의 없음을 당신에게 줄게요 조제의 집을 떠나며 츠네오가 한발 늦게 오열하는 장면이 그토록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것이 죄지은 자의 참회의 눈물이 아니라, 실패한 자의 통한의 눈물이기 때문이다. 츠네오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알리에게는 일어난 이 극적인 사건 때문에, 츠네오가 흘린 눈물과는 다른 종류의 눈물을 흘리면서, 알리는 비로소 스테파니에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사랑해.” 그는 그저 “사랑해”라고 말했을 뿐이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그 말은 “나도 너를 사랑해”를 줄인 말이다. 츠네오가 실패한 지점에서 알리는 성공했다. 츠네오가 끝내 발견하지 못한 자신의 결여를 알리는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결여를 깨달을 때의 그 절박함으로 누군가를 부른다.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향해 할 수 있는 가장 간절.. 더보기
진정한 사랑 진짜 사랑이라는 것은 결국 그것을 믿는자에게만 허락되는 환상임을 떠올린다. 그것은 대단찮은 것이 아니다. 종교와도 같은 면이 있다, 전제에의 의문이나 부정을 허락치 않는. 의심치 않음은 곧 절대의 영역이며, 그 안에서만이 우리가 믿는 진정한 사랑이라는 환상이 충족될 수 있다. 그러나 삶을 살아오며, 나는 누군가에게 더할 나위 없이 큰 애증을 느끼는 순간에서야 매번 내 사랑을 깨닫곤 했다. 내 사랑은 애증의 꼭대기에서야 제 모습을 드러냈다. 환상과도 같은 사랑이란, 그래서 존재하지 않으리라 여겼다. 그러나 그 부재는 내 믿음의 부재에서 온 것이다. 그것은 오직 믿는 자에게만 허락되는 나의 아버지와도 같다. 더보기
아버지 나는 내 아버지를 사랑한다. 나이 드시며 변하신 모습을 가끔 마주할 때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그 원인에는 내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대로 기꺼워하려 노력해본다. 나는 내 아버지를 사랑한다. 내 성격의 수만가지 면들 중 밝고 긍정적이고 애교많고 뒷탈없는 부분들은 모두 그의 영향이라 확신한다. 나는 그의 딸이기에 더 많이 웃을 수 있었다. 그 이면의 고집 세고, 저지르고 후회하고 하는 부분들 역시 나는 좋다. 어머니가 내게 차분함과 정의와 정직과 책임감을 가르칠 때에 내 아버지는 그 옆에서 내게 타협과 처세와 사회의 진실과 그럼에도 패배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분이셨다. 나는 내 아버지를 사랑한다. 내 아버지가 내 아버지여서 감사하던 수많은 순간들을 떠올린다. 감정을 숨기고 한번 더 참아.. 더보기
온갖 사소한 것들 사람들은 온갖 사소한 것들에 목을 매곤 한다. 가령, 웃을 때 찡긋거리는 코라든가 집중할 때의 미묘한 입꼬리, 생각에 빠진 까만 눈동자, 초조할 때의 정신없는 손놀림, 같은 노래에 빠져있던 순간의 행복한 표정 같은 것들 말이다. 이렇게나 사소한 것들에 빠져 한참을 허우적거리며 고통받곤 하는 거다. '이렇게나 사소한 것들이라니, 우습기도 하지.' 하지만 나는 사소한 것들을 믿는다. 내가 했던 모든 사랑은 그런 사소한 것들이었다. 그 각양각색의 사소한 것들에 빠져 허우적대다 보면 그의 얼굴이, 그의 모습이, 그의 버릇이, 그의 취향이, 그의 모든 것이 내 이상형이 되어버리곤 했다. 의식하지도 못한 새 인식하지도 못했던 사소한 것들을 의식하게 되면서 그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몇번이고 거치면서도 나는 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