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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

늙어가는 아내에게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 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 더보기
점점 진흙에 가까워지는 존재 황지우 원목 옷걸이에 축 처진 내 가다마이, 일요일 오후의공기 속에 그것은 있다나를 담았던 거죽,지하철에서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깨닫는 나의 한계내가 채운 나의 용량, 그것은 있었다누군가 감아놓은 태엽의 시간을 풀면서하루종일 TV앞에서오른팔이 아프면 왼팔로 머리를 받치고길게 모로 누워 있는 일요일 이 내용물은서서히 금이 가면서 점점진흙에 가까워지고 있다아시아나기 잔해에서 실신한 여자를 헬기가끌어올릴 때 바람이 걷어올리는 붉은 팬티죽음은 그렇게 부끄러움을 모른다강 수심으로 내려가는 돌처럼어디까지 내려가나 보자, 아예 작정을 하고맨 밑바닥까지 내려온 덩어리 하품하면서발가락으로 마감 뉴스를 끌 때도옷걸이에 축 처진 내 옷, 어떤 억센 힘에목덜밀 붙잡힌 자세로그것은 월요일이 된 공기 속에 있다이것도 삶이라면, 삶..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