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원목 옷걸이에 축 처진 내 가다마이, 일요일 오후의
공기 속에 그것은 있다
나를 담았던 거죽,
지하철에서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깨닫는 나의 한계
내가 채운 나의 용량, 그것은 있었다
누군가 감아놓은 태엽의 시간을 풀면서
하루종일 TV앞에서
오른팔이 아프면 왼팔로 머리를 받치고
길게 모로 누워 있는 일요일 이 내용물은
서서히 금이 가면서 점점
진흙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시아나기 잔해에서 실신한 여자를 헬기가
끌어올릴 때 바람이 걷어올리는 붉은 팬티
죽음은 그렇게 부끄러움을 모른다
강 수심으로 내려가는 돌처럼
어디까지 내려가나 보자, 아예 작정을 하고
맨 밑바닥까지 내려온 덩어리 하품하면서
발가락으로 마감 뉴스를 끌 때도
옷걸이에 축 처진 내 옷, 어떤 억센 힘에
목덜밀 붙잡힌 자세로
그것은 월요일이 된 공기 속에 있다
이것도 삶이라면, 삶은 욕설이리라
TV 위엔, 바람을 묶어놓은 딸아이 꽃다발
바르르 떠는 셀로판紙가 알려주는 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