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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기

사울의 아들

사울의 아들 보았다. 오늘 종일 본, 영화제 기간 본 영화들 중 가장 강력하다. 소재의 영향이 크지만 그 표현력과 주제를 이끌어가는 힘 또한 엄청나다.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타이틀이 뜨는 순간까지, 숨을 쉬기도 어렵다. 그리고 바로 그때문에 개봉은 어렵지 않나 싶다.

Is he one of yours?
Even then. You don't need it.

처음의 지칭이 '그'였는지 '그것'이었는지는 명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지칭이 무슨 상관이랴 사울에게든 관객에게든. 어떤 대상 - 집착의 대상, 경외의 대상, 삶을 관통하고 지탱하는 집념과 목표는 그 자체만으로 그 존재를 증명한다. 존재함으로써 존재하게 하는 것. 엔딩 크레딧 직전 스크린을 꽉 채운 사울의 얼굴과 곧이어 있던 시선 전환의 의미는 내가 미처 짐작할 수 조차 없이 무겁다. 

저녁을 건너뛰길 차라리 잘했다. 숙소 돌아오는 길에 맥주 한캔을 샀다. 방에 들어와 맥주를 땄다. 그리고서야 정신이 좀 든다. 뭔가를 쏟아내고 싶었는데, 그냥 삼키게 된다. 쏟아내기엔 그 덩어리가 너무 크다. 오늘은 이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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