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캥거루 또 일찍 깼다. 초저녁에 잠들었다 깨고, 다시 잠들지 못하는 날의 연속이다. 커피를 생명수로 달게 되고, 또다시 잠들지 못하는 악순환. 이사를 오며 유일하게 맘에 들었던 부분이 집 근처에 영화관이 있단 거였다. 걸어서 10분 거리. 어릴 적부터 꿈꾸던 로망이었다. 일어나 모자만 쓰고 나가 보는 주말의 조조라든가, 막차 시간 따위 상관없이 내키면 지르는 평일의 심야 영화 등등. 고등학교 때, 토요일 밤 학원 수업이 끝나고 심야 영화를 자주 봤었다. 2시의 독서실 차를 믿어서기도 했지만, 거의 항상 아빠가 극장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영화가 어땠는지 종알거리며 아빠와 함께 집에 오던 길, 주차하고 갈테니 먼저 올라가라는 말씀에도 꼭 아빠와 함께 내려 걷던 주차장 입구, 불꺼진 거실에서 새벽까지 우리 부녀를.. 더보기 공명 공명. 연인에 대한 내 하나의 바람, 욕심. 어릴 적부터 매순간 염원해오던 것. 공명하는 영혼. 그러나, 그 존재 여부를 논하기도 전에, 그 의미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 파동의 주기와 길이, 파형과 진폭을 그려본다. 내 마음을 후려치던 것 - 같은 모양, 같은 방향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같은 주기, 같은 위치. 상쇄되지 않을 것. 시너지. 같은 모양, 비슷한 취향과 비슷한 환경,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찾기에 바쁘던 내게 남았던 결론. 그래서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는, 공명하고 있는가. 더보기 근황 요즘 좀 붕붕 떠다닌다. 별 의욕도 욕심도 바람도 재미도 없이 멍하니 살고 있다. 한량에의 꿈과 의지마저도 한풀 꺾였다. 인생은 원래 이런 건가 보다. 아님 내가 인생을 헛살고 있거나. 이렇게 또 한살 더 먹는다. 좋을 건 없지만 나쁠 것도 없다. 더보기 그런날도 있다 어떤 날들이 있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을 무작정 좇으며, 눈에 보이는 것에만 급급한 그런 날들이 있다. 삶이란, 인생이란 하는 물음에 물음표 하나 띄우고선 아무 대답도 못해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그런 날들이 있다. 좋아하는 것들만 하고 살기에도 바쁜 이 짧고 각박한 생의 한가운데서 호好도 불호不好도 모르고 넋을 놓은 그런 날들이 있다. 설혹 삶이 지치고 힘들더라도 결국은 다 괜찮아질 것이라 위안하는 그러나 결코 괜찮지 않은 그런 날들이 있다. 언젠가는 그런 적도 있었다. 이루지 못할 꿈, 잡히지 않는 별 그래 라 만차의 용감한 기사를 꿈꾸던 그런 날들도 있다. 동생의 기침소리 어머니의 눈물바람 그러나 그 한가운데 꾸역꾸역 살은 그런 날들이 있다. 그런 날들이 있고, 그런 밤들이 있다. 그런 날들이 있.. 더보기 기대에 관하여 나는 언제나, 소위 말하는 '찌질함'을 경계하며 살았다.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주제에 감히 타인에게 그 경계를 날세우며 살았다. 내 연인이 조금의 '찌질함'이라도 지녔다 싶을 때엔 여지없이 정내미를 떼버리곤 했다. 연인이 되기 이전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 물론 나는 이것이 내 스스로의 찌질함에 기인한 것이란 것을 퍽 잘 알고 있었다. 이 경계는 결국 스스로에의 열등감이었으므로. 그러나, 내 열등 또한 내 자신으로 받아들일 줄 알게 되면서, 나는 이제 '찌질함'을 내비추지 않는 연인을 경계한다. 오랜 시간 함께해온 나의 부모님을 바라보면서, 각자의 열등을 스스럼없이 내보이고 또 그것마저도 기꺼이 보듬는 두분을 바라보면서, 이전에는 현실과의 타협이라 치부해버렸을 것들에 이제는 깊이 감명받고 있는 것이.. 더보기 고의적인 잔인함 명동예술극장 보았다. 연희단거리패의 김소희 배우와 이승헌 배우의 연기가 유독 반가웠다. 이승헌 배우가 말론 브란도를 닮았었나 하는 생각을 처음 했다. 동명의 영화 속 말론 브란도와 너무 비슷해 도리어 아쉽기도. 비비안 리와 김소희 배우는 전혀 다른 느낌인데 말이지. 배우 김소희는, 연극배우 김소희는, 매번 나를 침체시킨다. 당장 기억나는 공연은 와 정도. 그것도 벌써 몇 년 전 일인지 가물가물하다. 공연을 보고 때마다 감상을 적어놓을 정도의 부지런함은 갖추고 싶지만, 나는 게으르디 게을러 그러질 못한다. 지나고야 아쉽다 매번. '고의적인 잔인함'. '고의적인 잔인함'을 일상으로 내지르며 사는 나를 깊게 찌르던 말. 흘러가던 대사 한 마디에 여운이 또 며칠 간다. 밖으로 곤두세우는 가시들은 실상 내 마음의.. 더보기 두려움 완전히 다른 타인과의 만남은 모험이다. 완전히 다른 타인에게 거는 기대는 도박에 거는 판돈과 같고, 그래서 완전히 다른 타인에의 신뢰는 용기를 전제로 한다. 나는 겁이 많다. 나의 의지로 공포영화를 본 적도 물론 없고,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것도 아주 싫어하며, 귀신만큼 사람을 두려워한다. 어렸을 적부터 겁이 많아 에스컬레이터도 쉬 타질 못했고, 혼자 잠들지도 못했으며, 엄마와 떨어질 때면 경기를 하듯 울어댔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마다 한 템포의 용기를 필요로 하며 혼자 잠드는 밤은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해가 뜨길 기다린다.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타인에게 마음을 열 때의 나는, 늘 망설이고, 상대를 이리저리 재며, 첫인상과 말투, 행동거지와 사소한 버릇까지 예민하게 기억했다. 물.. 더보기 어느 해의 첫 더보기 제목없음 부딪혀보고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어리석음과 부딪혀보지도 못했던 것에의 미련, 그리고 두려움. 지금 나는 이렇게 이리저리 치이며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는 건가. 더보기 여름밤 비오는 여름밤이다. 요며칠은 계속 비가 내렸다. 비오는 밤길을 무거운 책을 들고 걸을 자신이 없어 택시를 탔다. 멀미를 했다. 집에 와 저녁을 게웠다. 머리가 띵해오는 걸 느끼며 몇 걸음 못 가 방바닥에 뻗었다. 천장이 빙빙 돌았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오는 여름날의 밤공기가 그리웠다. 비 냄새를 맡고 싶었다. 창문을 열었다. 비가 들이찬다. 내 오래된 기타에 빗물이 뚝뚝 흐른다. 오랜만에 기타를 매만지다 왈칵 서러워졌다. 열렬한 애정을 맹세하며 기어코 사들였던 기타였다. 그러나 내 사랑은 짧고도 희미했다. 내 열망은 소유에 다름아니었다. 미안함에 울지언정 그 눈물은 스스로를 위함이니. 연인을 인연이라 믿어내는 이들을 동경했다. 연인을 옆에 두고도 인연을 열망하는 스스로가 미웠다. 내 사랑은 ..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