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9 20:08
겨울이라 그런지 날씨가 지끈지끈 기분이 들쑥날쑥 마음이 뜨끈뜨끈, 정신이 없다. 사실, 겨울이라 그런 게 아니라 내가 나라서 그런가 싶다. 괜한 심통에 날씨 탓 계절 탓을 하곤 겨울이라 괴롭다며 따스할 봄날을 그리워한다. 겨울은 아니 좋고 봄은 그래 좋으니 하면 또 그건 아닌 듯 하면서도, 계절에 관한 모든 클리셰의 악역은 겨울의 몫이니 응당 그러려니 고개를 주억거렸던 탓일 게다. 날이 추우면 몸이 웅크러들기 마련이고, 햇살이 덜 나면 마음이 수그러들기 마련이라 그럴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나는 괜스레 겨울은 얄밉다, 가끔은 괴롭다.
된통 감기에 당하다 조금 나아졌다 싶으니, 젊음에서 비롯된 자신에 한발 앞서 설치다 다시 된통, 한 방 맞았다. 일주일 전 갔던 꼭 같은 병원에 다시 기어들어가 거의 죽는 시늉을 했더니 왜 맞으라던 주사도 안 맞았냐는 의사 선생님의 반문에 할말이 없어 입을 꾹 다물었다. 머리는 핑핑 돌고 얼굴은 뜨겁다 못해 따갑고 이 정신이 내 정신인지 뉘 정신인지 모르겠는 상태로 집에 돌아와 거의 20시간 동안 푹 잤다. 내리 20시간은 불가했고, 2시간 간격으로 깨 앓는 소리를 하다 다시 잠이 들기를 반복했다. 정신을 차린 뒤 내가 아직 살아있는 것을 발견하곤 정말 기뻤다. 이게 바로 생의 감각이로고, 감격했다.
이 모든 게 다 겨울 때문이라고 한다면 헛소리일는지도 모르겠다, 만 그래도 겨울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기억에 남아있는 시절부터 1년에 한 번, 혹 2년에 한 번 정도 내가 이렇게 된통 한 방 맞는 날은 항상 겨울날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는 봄방학 직전이었고, 초등학교 5학년 때는 겨울방학 중에, 중학교 1학년 때는 이맘때였다. 당장 기억나는 날들이 이러니 내가 겨울을 사랑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별 이유같지도 않은 이유로 미움받는 겨울에게야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더구나 겨울은, 사랑하기엔 너무 춥고 시리다.
겨울이라 그런지 날씨가 지끈지끈 기분이 들쑥날쑥 마음이 뜨끈뜨끈, 눈이 온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다가오는 시간에 첫눈이 내리면 기분이 묘해진다. 아무래도 좋은 마음이 더 크겠지만 그래도 왠지 묘하다. 그리고 두번째 눈부터는 지끈지끈거리는 날씨만큼이나 기분도 들쑥날쑥해진다. 좋아야는데 좋지 않을 때가 있고, 좋지 않다가도 좋을 때가 있다. 창문 너머 나무에, 잔가지 하나하나에 눈이 소복히 쌓였다. 그 너머 지붕엔 눈이 수북히 쌓였다. 왠지 마음이 뜨끈뜨끈하다. 겨울이라서, 눈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