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다. 잠들면 안될 때는 어느덧 잠이 들어 자책에 괴롭고, 한 것도 없지만 피곤했나 싶어 자려고 누우니 잠이 안 와 괴롭다. 한자 수업도 미술 수업도 안 가고 잠이 들었던 주제에 막상 자려고 누웠더니 아무리 애를 써도 잠은 안 오고 머리만 아파온다는 게 너무나도 괴롭다. 생각이, 생각만 많아도 너무 많다. 20년간 해야만 했던 고민을 뒤늦게 한꺼번에 하려니 그런 건가 싶다. 지난 3년간 한 고민의 끝을 내려고 마음 먹었는데도 고민은 양상만 바뀐 체 끊임없이 제자리걸음이다.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얻어내려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움켜쥐고 무엇을 놓으며 살아야 하는가. 나는 도망치는 법 밖엘 배우지 못한, 익히지 못한 겁쟁이에 게으름뱅이다. 게으름 피우고 도망만 치고서도 아직 무너지지 않은 것을, 무너지지 않은 척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을 감사히 여겨야만 하는. 나는 또 무엇이 두려워 시작도 전에 이렇게 도망칠 준비부터 하고 있는가. 잠이라도 왔으면 좋으련만, 잠이 안 와 괴롭다. 정말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