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고 나면 괴로운 꿈들이 있다. 원치 않는 얼굴, 원치 않는 상황, 원치 않는 마음과 감정들을 너무 많이 보고 듣고 겪어야는 꿈들. 꿈을 꾸는 내내 꿈이라는 자각도 못하다가, 꿈이라는 걸 알아채자마자 황급히 깨고야 마는. 그러나 어떨 때는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깨질 못해 힘겹고, 깨고 나서도 괴롭다.
꿈이 무의식이라면 - 내 무의식의 저변에는 이렇게도 깊은 공포와 두려움, 자괴와 열등감, 넘치는 자의식과 바닥나는 자존감이 자리잡고 있단 거다. 눈을 뜨고도 한참이나 마음이 쿵닥거린다. 인정하기 쉽지 않은 마음들. 나의 위선, 이중성, 이기적이고 치사한 면모들.
내 꿈 속에서만큼은 누구보다 강하고 싶다. 그러나 그러지 못할 거라면, 적어도 이 모든 상황과 감정들에 초연해 결국 극복해내는 과정으로 삼고 싶다. 보다 의연한 이가 되고 싶다. 꿈에서만큼은, 나는 나의 영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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