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비가 내리고 2010.06.19 23:19 갑자기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오래된 친구와 맛있는 밥을 먹고 유쾌한 영화를 보고 나오던 그 순간 정말 갑작스레 그랬다. 그동안의 기분좋음이 무색할 정도의 갑작스러움으로 모든 기분이 바닥으로 요동쳤다. 영화관에서 나와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동안 스물스물 기어나온 그 기분은 역을 나와 환승할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내게 떨어졌던 빗방울만큼이나 갑작스럽고 서늘한 것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 빗방울과 마찬가지로 찐득찐득했다. 올려다 본 하늘은 가로등 불빛에 반사된 여름의 잎사귀와 온통 까만 그늘이었다. 나는 무엇에 그리 놀라 그렇게도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었을까. 기억 한켠의 그 얼굴이나 나의 서러울법한 상황이나 나를 힘들게 하는 고민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단지 내 자신의 바로 .. 더보기 겨울봄 2010.04.15 02:57 봄이 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날짜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요즘 날씨는 전연 봄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의 쌀쌀함 뿐이었다. 봄의 한복판이어야 할 이 시점에 광주엔 경기마저 취소될 정도의 눈이 내렸대고, 서울도 너무나 쌀쌀맞은 바람에 어깨가 움츠러들 정도였다. 저녁을 먹고 나오던 차에 참살이길 벚꽃나무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게 새삼 눈에 들어왔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기는 커녕 휘잉 하는 겨울 바람이 나를 에워싸는데 그래도 벚꽃은 저혼자 느낀 봄에 활짝 피었다. 만개한 벚꽃나무가 가득한 길은 사람의 감정을 이상하게 만든다 - 소은이가 했던 말 그대로, 없던 감정도 어느 순간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레 느껴지게 한다. 메마른 이에게 가슴 시린 기억을 되살아나.. 더보기 평범에 대하여 2009년 7월 19일 오전 01:10 지극히 평범한 삶은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사실 어렸을 때부터 단 한 순간도 지극히 평범한 삶이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지극히 평범하게 살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고 감히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헌데 그런 생각들의 밑바탕에는 '나는 다른 사람과는 뭔가 다른, 나만의 특별한 삶을 살 거야' 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던 것 같다. 한순간도 보장되어 있지 않았던 특별한 삶을, 건방지게도 나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었나 보다. 꿈과 희망으로 부풀어오른 나머지 평범한 것을 하찮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단 하나의 특별함도 없는 주제에. 달과 6펜스를 보다가 "찰리 자네는 그런 생활에 만족할지 모르지만 나는 만족할 수 없어. 자네가 기대하는.. 더보기 이전 1 ··· 9 10 11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