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동이 텄다. 이 신새벽에도 도로는 가득이며 차들은 바삐 간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불빛들에 지긋해질 때가 더러 있음에도 가끔은 그 불빛들에 감동하게 된다. 하늘은 구름이 가득이고, 그 사이로 새나는 빛이 아침을 깨우고, 해는 보이지 않으나 날은 점점 밝아오고, 그 절대성에 도로 경탄을 하고, 삽시간에 훤하게 밝아오는 창밖을 보다 말다, 저 멀리 공사장 철탑 위 나란히 선 빛을 보고서야 비로소 지금을 실감한다.
어둠에 갇혀 보이지 않았던 길 너머의 한쪽, 다닥이 엉겨붙은 시장통이 드러나고, 나는 그 북적임을 보고야 지금이 아침이라 인정할 수 있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감상에 사로잡힌다. 주말 한낮의 한중간에야 가장 북적대는 그곳을, 나는 존경한다. 양 길가로 별천지의 모든 것들이 죽 널린 그곳을, 삼천원짜리 안주에 천원짜리 소주 한병 놓은 행복감이 느껴지는 그곳을, 생선을 손질하고 육고기가 토막으로 벌겋게 벌려진 그곳을, 그 어느 누구도 앉아 멀건 구경만 하는 법이 없는 그곳을, 모두가 바지런한 생동감으로 살아 움직이는 그곳을. 나는 갑자기 그곳이 너무나 그리워 왈칵, 울고야 마는 것이다.
완연한 동이 텄다. 아침이 왔다 붉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