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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기

동경과 존중

글만으로도 누군가를 사무치게 동경하고 부러워하고 시샘하고 질투하고 탐내고 좋아하고 사랑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건너 건너 아는 이의 글을 가끔 읽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내가 남자였다면 당장이고 구구절절한 연애를 걸었으리란 생각을 자꾸 하게 됐다. 하지만 이런 남정네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하는 생각도 잠시 - 나는 그런 남정네와는 연인 관계를 맺어나갈 수가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너무나 동경하고 또 존경하지만, 내 가장 사적인 영역에는 그런 이들이 거의 없다. 그 사람의 다른 일면에서, 우리는 어우르기가 어려웠던 게다. 받아들인다.

동경의 사랑과 연인의 사랑은 엄연히 다르다. 가끔 보며 우러러지는 사람과 매일 보며 한숨 폭 나오는 사람이 같을 수 없듯. 그러니 나의 최선은, 이 후자가 아주 가끔이라도 '이 남자, 그래도 참 멋지구나' 싶은 존경스런 구석 한두개쯤은 갖춘 사람이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정말 나의 최선은, 매일 보며 투닥이거나 다정하거나 타이르거나 위로받거나 잔소리를 하거나 들어야는 이 사람을 - 절대로 한숨 폭 쉬며 흘겨보지 않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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