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 썸네일형 리스트형 스물하고도 넷 2011년 10월 15일 정오경. 아침나절, 비몽사몽 살풋 눈이 떠졌을 때부터 여태껏 나의 자그만 방은 온통 비오는 소리로 가득 찼다. 비는 그칠 기미가 없이 내린다. 나는 스물 세 해 전 오늘, 자정이 막 지난 시각 세상에 났다. 오랜만의 비가 내린다. 하룻밤 사이 날은 꽤나 쌀쌀해졌다. 겨울이 오는 소리가 온종일 나를 가득 채운다. 나는 자랐고, 자라고 있고, 앞으로도 자랄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살아내는 일은 날이 갈수록 어렵고 또 버거워지면서도 요령과 용기, 감히 말하건대 지혜도 그만큼 생겨나고 있다. 그러니 아직은 살만하다. 다만 내가 두려운 것은 - 아직 오지 않은, 미처 겪어보지 못한 또다른 어려움이 아니라 - 내가 요령이라 용기라, 또 지혜라 믿었던 것들이 실은 비겁함과 어리석음, 아집..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