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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의 스토리-텔링] 나의 없음을 당신에게 줄게요

조제의 집을 떠나며 츠네오가 한발 늦게 오열하는 장면이 그토록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것이 죄지은 자의 참회의 눈물이 아니라, 실패한 자의 통한의 눈물이기 때문이다.

츠네오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알리에게는 일어난 이 극적인 사건 때문에, 츠네오가 흘린 눈물과는 다른 종류의 눈물을 흘리면서, 알리는 비로소 스테파니에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사랑해.” 그는 그저 “사랑해”라고 말했을 뿐이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그 말은 “나도 너를 사랑해”를 줄인 말이다. 츠네오가 실패한 지점에서 알리는 성공했다. 츠네오가 끝내 발견하지 못한 자신의 결여를 알리는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결여를 깨달을 때의 그 절박함으로 누군가를 부른다.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향해 할 수 있는 가장 간절한 말, ‘나도 너를 사랑해’라는 말의 속뜻은 바로 이것이다. ‘나는 결여다.’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은 욕망의 세계다. 거기에서 우리는 너의 ‘있음’으로 나의 ‘없음’을 채울 수 있을 거라 믿고 격렬해지지만, 너의 ‘있음’이 마침내 없어지면 나는 이제는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반면,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사랑의 세계다.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 없음은 더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출처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3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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