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기

고의적인 잔인함

정보미20 2013. 8. 17. 19:40


명동예술극장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보았다. 연희단거리패의 김소희 배우와 이승헌 배우의 연기가 유독 반가웠다. 이승헌 배우가 말론 브란도를 닮았었나 하는 생각을 처음 했다. 동명의 영화 속 말론 브란도와 너무 비슷해 도리어 아쉽기도. 비비안 리와 김소희 배우는 전혀 다른 느낌인데 말이지. 배우 김소희는, 연극배우 김소희는, 매번 나를 침체시킨다. 당장 기억나는 공연은 <원전유서>와 <고곤의 선물> 정도. 그것도 벌써 몇 년 전 일인지 가물가물하다. 공연을 보고 때마다 감상을 적어놓을 정도의 부지런함은 갖추고 싶지만, 나는 게으르디 게을러 그러질 못한다. 지나고야 아쉽다 매번. 


'고의적인 잔인함'.


'고의적인 잔인함'을 일상으로 내지르며 사는 나를 깊게 찌르던 말. 흘러가던 대사 한 마디에 여운이 또 며칠 간다. 밖으로 곤두세우는 가시들은 실상 내 마음의 가시임을 알면서도. 울퉁불퉁 못나고 모난 마음으로 가장 가까운 이를 상처입힌다. 이런 나를 잘 알기에 어쩌다 '착하다'는 말을 듣을 때면 어찌나 민망해 화끈거리는지. 건전한 감정 표출이라며 못나고 모난 마음을 스스럼없이 가릴것도 없이 모조리 내보이는 나를, 그럼에도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곧잘 받아주며 도닥여주는 사람이 있어 이렇게 가끔이라도 스스로를 추스르게 된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를, 잔인한 말과 행동을 일삼는 짓은 이제 그만두기를. 많이 나아졌다. 못된 버릇, 길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