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기

평범에 대하여

정보미20 2009. 7. 19. 01:32

 

  2009년 7월 19일 오전 01:10

 

  지극히 평범한 삶은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사실 어렸을 때부터 단 한 순간도 지극히 평범한 삶이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지극히 평범하게 살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고 감히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헌데 그런 생각들의 밑바탕에는 '나는 다른 사람과는 뭔가 다른, 나만의 특별한 삶을 살 거야' 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던 것 같다. 한순간도 보장되어 있지 않았던 특별한 삶을, 건방지게도 나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었나 보다. 꿈과 희망으로 부풀어오른 나머지 평범한 것을 하찮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단 하나의 특별함도 없는 주제에.

 

  달과 6펜스를 보다가 "찰리 자네는 그런 생활에 만족할지 모르지만 나는 만족할 수 없어. 자네가 기대하는 인생 같은 것을 꿈꿀 바에야 차라리 길을 건너다가 버스에 치여 죽어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네." 라던 구절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도 결국 그런 생각들의 발로였다. 표현의 과격함을 차치하더라도 정말 얼마나 건방진 말인지.

 

  특별한 삶을 꿈꾸다가 결국 평범한 삶의 도입부로 점착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문득 든 생각만은 아니다. 내 평범한 삶에 자기 위안을 하고자 한 생각만도 아니다. 그냥 단지 '평범' 이란 건 어떤 정도를 의미하는지, 왜 '평범' 이라고 하면 마냥 곱게 들리지만은 않는지, '평범' 을 꿈꾸는 사람도 있지 않을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난 무의식적으로 남과 다른 삶을, 나만의 특별한 삶을, 내게 존재할지도 모를 특별함을 믿었던 걸까. 그리고 왜 지금은 더 이상 그런 믿음이 남아있지 않은 걸까. 아니, 정말 나는 내 특별함을 믿지 않는 걸까? 남과 다르거나 특별한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나는 무의식적으로 남과 같은 평범한 것들을 거부하고, 특별한 것만을 갈망했던 것일까.

 

  나는 특별한가.

 

  의문이다. 지극히 평범한 삶은 좋은 걸까, 나쁜 걸까. 나중에 내가 몇십 년을 더 살아내고 난 뒤에는 그 결론이 날 수 있을까. 과거의 내가 내 안에 존재할지도 모를 특별함을 믿었듯 지금의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전히 내 자신을 믿고 있진 않은가. 사실 내 본능만은 여전히, 지극히 평범한 삶은 싫다고 외치고 거부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남과 다른 삶을, 특별한 삶을 살아낼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