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기
사랑에 대하여
정보미20
2014. 4. 2. 04:58
내가 아버지에의 불만을 토로하며 아버지를 몰아세우고 비난에 열을 올리던 어느 날엔가, 그 말들을 아무 말씀 없이 가만 듣고 계시던 어머니의 나직한 말씀이 아직도 가끔 나를 세운다.
"그러지 마라. 느이 아빠도 참 외로운 사람이다."
그 말씀을 하시던 어머니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사뭇 단호한 면이 있었다. 여리고 마냥 순하기만 하신 어머니에게서는 보기 드문.
아버지와 어머니를 가만 보고 있자면 그네들이 참 이상적인 부부라 여겨지는 순간들이 있다. 아직 서로 많이 사랑하는구나 싶은 눈빛과 표정들이 스칠 때. 내가 '진짜 사랑'이라 여기던 것들과는 사뭇 다른, 오래 알고 오래 겪어온 사람들 사이의 신뢰와 깊은 이해가 느껴지는 순간, 그리고 순간.
진짜 사랑은 - 그이의 가장 외롭고 쓸쓸한 순간을 보듬어줄 줄 아는 것이라고, 나는 그 이후 그리 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