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기

모순

정보미20 2013. 3. 14. 17:42



어딘가 대단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끊어내기가 어렵다. 다른 이들이 부러워하고 또 대단하게 생각해주는 '직업'이나 '타이틀'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이 늘상 존재하고 있었다. 의식으로는 그런 마음들을 경멸해야 한다는 강박 역시 공존했으나 나는 결코 그런 것들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으리란 자괴 또한 함께였다.


나 자신의 행복에 타인의 관점이 결코 무관할 수는 없다는 깨달음을 얻은 뒤로는, 나는 언제나 나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체 하며 타인의 눈치를 살펴야만 했다. 공부도, 직업도, 어쩌면 사랑마저도. 하고 싶던 공부와 점차 멀어져가고, 그러나 그 무엇도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실망하고, 그 무엇도 이룰 수 없을 빈약한 의지로 곧 포기해버리곤 했다.


타인에게서 완전히 벗어난, 그러나 더욱 대단할 내 자신을 그렸으나 그 대단함은 이미 타자에 종속된 것이었다. 그 모순이 괴로웠다. 나를 괴롭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