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기

死卽生 生卽信 信卽心

정보미20 2013. 2. 15. 01:07



스스로에 대한 자신과 욕심이 지나칠 때가 잦다. 그러나 뒤이어 곧 자괴와 체념이 나를 찾으면, 의기양양하던 기세가 풀썩 꺾이어 스스로 판 구덩이 속으로 저를 밀어넣는다. 지난 내 시간들에는, 그리고 언제나의 내 마음에는 그 구덩이들이 있었다. 크기도 다양하고 깊이도 다양한 제각각의 구덩이 속에는 어떤 시기를 지나던 내가 발버둥도 채 못 치곤 기운없이 앉았다. 


되돌아보면 언제나 그 구덩이들은 아주 좁고 얕은 웅덩이에 불과했음에도, 그 각각의 시간들 속 나에게 그곳들은 발이 닿지 않는 바닷 속인마냥 두려웠다. 나는 수영에는 젬병이다. 기껏해야 발버둥 조금 쳐보는 것이 전부인. 그래서 나는 언제나 그 속으로 가라앉고야 말았다. 그리고는 꼬르륵 - 죽어버렸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어쩌면 앞으로도 그렇겠지. 하지만 어느 순간, 진짜 '죽음'이 불현듯 나를 찾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순간을 향하여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다시 구덩이 밖에서 숨을 쉬고, 또 다시 자신과 욕심으로 스스로를 가득 채우고, 기어이 자괴와 체념으로 죽어버리는 것이다.


어느 저녁에 하늘을 올려다 보니 별이 빛났다. 구덩이 속에서 나는 한참을 그 빛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아침이 오고 별은 스러지고, 내게도 죽음이 찾아왔다. 그 공포를 이겨내려 나는 눈 한 번 깜빡 않고 그 빛을 좇았다. 그런 날들이 있었다. 인생의 어떤 시기에는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줄곧. 그래서 나는 꿈을 꿀 수 있었고 또 슬퍼할 수 있었다. 인생의 어떤 시기에는 그래도 괜찮다고, 그렇게 믿었다.


이렇게 죽고 또 태어나는 것이 반복되어도 나는 정말 괜찮은 것일까? 어떤 믿음에는 이성이 없으며, 이성이 없는 믿음만이 영원히 맹목적일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 내 믿음은 이미 깨어진지 오래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어쩌면 이 다음 구덩이가 내 생의 마지막이리라. 두려웠다.


생의 기운이 나를 북돋우고 생에 대한 욕망이 나를 일으키고 생에 대한 의지가 나를 새로 태어나게 한다. 그 기운과 욕망과 의지가 다하는 날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니 나는 그 기운과 욕망과 의지를 찾아나서야만 한다. 끄집어 내야만 한다. 빼앗아 와야만 한다. 나는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살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또 다시 깨닫는다. 그 위대함에 대하여. 나는 무릎 꿇고 생의 위대함에 경외하며 급기야는 그 위대함에 굴복하고야 만다. 아아, 그러니 나는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으리라 - 안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