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기

자아성찰

정보미20 2013. 1. 24. 23:39




나는 태생적으로 게으른 인간이다. 뼈저리게 느낀다 매일 매순간. 하고 싶은 것에만 달려드는 인간이며, 곧 싫증낼 구석을 발견하고야 마는 인간이다. 완벽한 사랑을 그리나 완벽한 사랑을 믿질 않고, 환상적 꿈을 키우나 더이상 환상에 허우적대지 않는다. 내게도 꿈이 있었다고 얘기하나 지금 이순간의 꿈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못하고, 이루지 못한 것들을 끌어안고 사나 이제라도 이루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꾸준히 열심히 하는 사람은 누구든 동경하나 나는 그렇지 못하고, 열정을 원하나 갖지 못한다. 새벽같이 일어나 늦은 새벽 잠이 드는 삶을 계획하지만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잠들어 있고, 몸에 좋지 않은 것들에 민감하나 몸에 좋지 않은 습관들에 절어있다. 배움에 목말라하지만 배우려는 의지는 부족하고, 내 자신의 한계를 느끼나 극복하려는 의지가 없다.


한 마디로 정리해서 나는, 총체적 난국이다.


내 자신이 조금 더 나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수만 번, 수백만 번. 어김없이 어긴 것도 꼭 그만큼. 그리고 이제는 그런 지긋한 반복에도 정말이지 너무나 무뎌졌다. 나는 탓하는 법만 익혀간다. 주위에게도 또 스스로에게도. 탓하며 잊고 잃어간다. 그렇지만 나는 너무 똑부러지고 바지런한 사람은 나와 잘 어울러지지도 않는다는 사실 역시 깨닫고야 말았다. 동경과 사랑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다.


어딘가 존재하는 상대의 느슨함이 나를 보다 편하게 만드는 거겠지. 스스로가 얼마나 나태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 나는 내 느슨함을 탓하면서도, 느슨해진 내 나사를 조이는 데에는 본능적인 거부반응을 보인다. 이 얼마나 훌륭한 방어기제란 말인가. 


그나마의 반성들은 그저 양심의 한올 티끌일 뿐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