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바
한걸음 한걸음씩 더디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자고 언제나 되뇌어 본다. 매일 매일을 깨달음같은 유익한 것들로만 채워나갈 수야 없겠지만 어느 날 문득 주위를 둘러봤을 때 아 내가 좀 더 나은 곳까지 왔구나 하며 웃을 수 있을만큼, 꼭 그만큼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면 한다. 오늘은 제자리 걸음이더라도 설령 내일 엉덩방아를 찍어 조금 더 뒤로 가더라도 모레 한걸음 앞으로 내뻗으면 된다. 그정도의 내딛음으로 삶을 채워나갈 수만 있다면야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내가 길을 잃어 잠시 헤매게 되더라도 그래서 더 이상 나를 믿지 않게 되더라도 결국은 그 길잃음이 현명한 길잃음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게 되길.
어렸을 때의 모든 일에 자신만만했던 - 넘쳐오르는 자신감을 주체하지 못해 자만했던 - 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내가 이렇지 뭐' 하는 자기비하가 입버릇이 된 최악의 나만 남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나는 티끌만큼이나마 나를 믿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보단 내 꿈을 믿고있다는 게 옳은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믿고 있다 변함없이. 나의 꿈이 끝까지 나를 이끌어주길 바란다. 내가 지치고 힘들어서 심통이 나 모든 걸 팽개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게 될 때마다 내 옷깃을 슬몃슬몃 잡아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내 꿈은 그래줄 것이라 믿는다, 그랬기에 그나마 여기까지라도 온 것이라고 -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래줄 것이라 믿고 있다.
내 삶의 척도는 여러번 변해왔고 또 앞으로도 변할테지만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 나의 기준이 있다면 언제나 한결같은 사람, 그러나 언제나 발전해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릴케의 어느 구절처럼 내가 변하면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닌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엇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한결같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건 흔들리지 않는 꿈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한걸음 한걸음 더딘 속도로나마 앞으로 나아가며 내가 조금씩 변화하더라도 혹은 잠시 길을 잃어 방황하게 되더라도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함으로써 나를 지탱해나가고 있다, 나의 부분을 형성하고 있다. 나는 오늘, 어제와는 또 다른 내가 되었지만 나의 부분은 어제와 같기에 나는 한결같을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부분은 어제보다 나아졌기에 나는 어제보다 한걸음 더 나의 꿈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내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 내가 내 꿈에 완전히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생애 마지막 순간에 후회 없이 미련 없이 하나님께 감사하며 눈을 감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으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