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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짐

정보미20 2014. 3. 11. 04:27
동아리 공연을 보았다. 오랜만에 학관 6층. 좋아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해나가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선욱현 작가(겸 배우)님의 <해를 쏜 소년>. 공연을 만들어나가는 시간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이상하게 그 소극장에만 가면 감정이 단단해진다. 공연을 볼 때, 나는 여전히 배우의 잔머리와 이마주름, 조명받은 볼과 턱선, 흰 머리에 어울리지 않는 하얗고 고운 손 등을 먼저 보게 된다. 의상 전환에 민감해지고 조명의 세기와 방향 또 그림자와 동선에도 신경을 쏟게 된다. 내가 요즘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영화를 보았는지에 대한 일말의 관심도 물음도 받지 못했던 20년을 보내다가 맞이했던 사람들. 신기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정이 많이 갔었다, 표현은 못했지만 고마웠다. 내가 그 소극장에서 연극을 볼 일이 앞으로도 또 있을까? 어쩌면 마지막이 되리라 생각했다. 작별인 줄을 모르고 작별했던 다른 많은 것들처럼. 예상치 못했던 시작이었음에도 결국엔 분장사가 되어도 좋을 거라는 심정이 되었었다. 그래 뭐가 되었든 부디, 꼭 그만큼만 사랑하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