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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이 닮았다
정보미20
2014. 3. 3. 11:43
우리 아빠 발은 평발이다. 퉁퉁하고 넙대대한 평발. 막내 고모 발도 아빠 발과 꼭 같다. 그에 반해 우리 엄마 발은 길고 얄상한 발이다. 발바닥 한가운데 오목한 아치를 가진. 아빠 발가락이 내 발가락과 꼭 닮았다며 집안 식구끼리 둘러앉아 웃던 중이었다. 아빠 발이 평발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오래 걸으면 유독 아프다는 평발, 편평한 발바닥이 신기했다.
백화점이나 마트를 갈 때 부쩍 힘들어하시던 아빠 모습이 생각났다. 오래 걸으면 아프냐고 아빠 발을 주물러드리는데 아버지 말씀이, 그러니 아빠 발은 고생하는 발이 아니라고. 일 안하고 집에만 앉아 놀고 먹어야는 발인데 우리를 먹여살리느라 이 발이 고생을 한다고. 아빠만의 반농반진 농담이었다. 아이구 하는 웃음소리 가운데 어머니 말씀이, 엄마 발은 사방군데를 헤집고 다닐 발이라 아빠는 가만 앉았을 동안 엄마 혼자 일을 다 하는 거라고. 우리가 다 쉴 때도 매일 과일을 깎거나 뭔가를 정리하시느라 분주하던 어머니 모습이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알겠으니 모두 또 아이구 하며 웃는다. 고모랑 고모부도 한술 더 뜨신다. 고모는 아빠 발과 꼭 같고 고모부는 따지자면 엄마 발 부류라서, 고모네는 반대로 고모는 가만 놀고 고모부가 온 집안을 다니시며 고생하시는 거라고. 나는 발가락은 아빠를 닮았지만 발바닥이 엄마 것이니 안타깝게도 부지런히 움직여 다닐 팔자라는 결론이었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서로의 발을 꺼내놓고선 서로 닮은 구석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모습들이 참 정겹고 감사했다. 나는 새끼발가락이 엄마를 닮았고, 엄지와 둘째 발가락은 또 아빠 판박이고, 발바닥은 엄마를 닮았지만 발볼은 고모를 닮았다. 그래서 가족이구나, 발가락이 닮아 가족이구나. 연예인과도 닮은 구석을 찾아낼 수 있는 눈이나 코가 아니라, 내 식구 내 가족이 아니면 통 알 수가 없는 발가락 발바닥이 닮아 가족이구나.
백화점이나 마트를 갈 때 부쩍 힘들어하시던 아빠 모습이 생각났다. 오래 걸으면 아프냐고 아빠 발을 주물러드리는데 아버지 말씀이, 그러니 아빠 발은 고생하는 발이 아니라고. 일 안하고 집에만 앉아 놀고 먹어야는 발인데 우리를 먹여살리느라 이 발이 고생을 한다고. 아빠만의 반농반진 농담이었다. 아이구 하는 웃음소리 가운데 어머니 말씀이, 엄마 발은 사방군데를 헤집고 다닐 발이라 아빠는 가만 앉았을 동안 엄마 혼자 일을 다 하는 거라고. 우리가 다 쉴 때도 매일 과일을 깎거나 뭔가를 정리하시느라 분주하던 어머니 모습이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알겠으니 모두 또 아이구 하며 웃는다. 고모랑 고모부도 한술 더 뜨신다. 고모는 아빠 발과 꼭 같고 고모부는 따지자면 엄마 발 부류라서, 고모네는 반대로 고모는 가만 놀고 고모부가 온 집안을 다니시며 고생하시는 거라고. 나는 발가락은 아빠를 닮았지만 발바닥이 엄마 것이니 안타깝게도 부지런히 움직여 다닐 팔자라는 결론이었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서로의 발을 꺼내놓고선 서로 닮은 구석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모습들이 참 정겹고 감사했다. 나는 새끼발가락이 엄마를 닮았고, 엄지와 둘째 발가락은 또 아빠 판박이고, 발바닥은 엄마를 닮았지만 발볼은 고모를 닮았다. 그래서 가족이구나, 발가락이 닮아 가족이구나. 연예인과도 닮은 구석을 찾아낼 수 있는 눈이나 코가 아니라, 내 식구 내 가족이 아니면 통 알 수가 없는 발가락 발바닥이 닮아 가족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