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기

관계맺음

정보미20 2014. 3. 3. 01:01
정신없던 일주일이 지났다. 이사에 집안 경사에 갖가지가 겹쳐 실수도 잦고 짜증도 잦던 일주일이었다. 이삿짐을 채 풀기도 전에 친척 결혼식으로 이틀을 잔칫집에서 보냈더니 안그래도 적응 안되는 집에서 더 적응 못하며 밤을 맞았다. 길가에서 마주쳐도 못 알아채고 지나칠 정도의 안면에 내내 누군지도 모른채 생긋대며 인사를 했더니 정신이 없다. 우리집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낯선 이 집에서 쓸고 닦고만 하다 침대에 누우려니 또 그렇고. 짐정리도 덜 끝났고 집안 곳곳 하자는 없는지 살피기도 해야는데 요며칠 신경쓸 일이 너무 많았던지 몸이 묵직하다. 그래도 경사라고 전국 각지에 살던 친척들이 다 모여 이틀을 떠들썩했다. 평소 교류가 적어 내게는 영 낯선 사람인 어르신들도 우리 엄마 아빠에게는 의지가 되는 삼촌이고 이모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어릴 적부터 낯가림이 심했다던 나는 크면서도 붙임성을 영 키워내진 못했다. 내가 어릴 적엔 낯선 사람만 보면 경기를 하듯 울어댔다는 얘기를 아직도 여전히 낯선 집안 어르신이 반갑게 손을 맞잡으시며 하시는 게 관계맺음에 익숙해지는 의미일까 싶었다. 그러니 이 집이 영 익숙해질 것 같지 않더라도 나는 언젠가 또 이 집 문고리를 잡으며 왠지 모를 반가움을 느낄 날이 오겠지 생각한다.